[메디소비자뉴스=강은희 기자] 성북동에 사는 정모(56)씨는 두 달 전부터 얼굴이 가려워 집에 상비약으로 뒀던 안티푸라민연고<사진>를 계속 바르다가 상태가 나빠져 피부과를 찾았다. 의사의 진단결과 백선(피부표면에 증식하면서 사는 곰팡이에 의해 생기는 피부병)이라고 밝혀져 항진균제로 치료하기로 했다.

성동구에 사는 직장인 오모(34)씨는 얼마 전 시어머니(63) 심부름으로 약국에서 안티푸라민을 사면서 약사에게 “시어머니가 가정상비약이라는 생각에 코막힘증상이나 입술이 트고 건조할 때마다 늘상 안티푸라민을 발라 걱정”이라고 하자 약사는 “원래 노년층에 그런 인식이 보편적인데, 큰 부작용은 없으니 그냥 사용해도 된다“고 말했다.

오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평소 알고 지내는 의사에게 물으니 “안티푸라민은 타박상, 근육통 등에 쓰는 진통·소염제로 외용으로만 사용하도록 돼 있으니 다른 부위사용은 주의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

안티푸라민은 국산 브랜드로 어느 덧 고희를 훌쩍 넘긴 국민 장수의약품이다.

이 약은 진통·소염제로 허가받았으나 타박상이나 근육통 외에도 손발이 트거나 소화가 안 되면 배에도 바르고 졸음을 참기 위해 눈두덩이에 바를 만큼 오랜기간 애용돼 왔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전문가의 주의지도 없이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식약청에 따르면 이 약은 눈 주위나 점막, 습진이나 옻 등에 의한 피부염, 상처부위에는 투여하면 안 되고 특히 30개월 이하의 유아에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 또 약이나 화장품에 의한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난 적이 있거나 알레르기 체질인 환자, 습윤이나 미란(진무름)이 심한 환자와 소아의 경우 경련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요망되는 약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외용으로만 사용하고 내복하지 않아야 하고, 특히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의사항들에도 안티푸라민은 여러 종류의 약들이 생산되지 않던 시절부터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알려지면서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되어지게 된 것.

유한양행 홍보팀 김종원 대리는 “소염진통제이다 보니 입술에도 바르는 등 다른 용도로도 많이들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해진 용법이나 용량과 사용범위를 지켜주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1933년 출시된 이후 녹색의 철제캔에 간호사 이미지가 그려진 모습으로 소비자들에겐 친숙한 제품인 안티푸라민은 77년 넘게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유한은 안티푸라민의 캔용기가 위험하다는 판단에 따라 중간에 플라스틱 용기로 교체했으며, 용량도 20g에서 30g으로 늘렸다. 현재 약국에서 약 1800원~2500원 선에 판매되고 있으며, 연 매출은 약 20~30억원 정도. 1999년엔 안티푸라민연고와 효능이 비슷하면서 소비자의 편리와 흡수력을 보완한 로션타입의 안티푸라민에스도 출시,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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